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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현 결혼생활을 지속하기 힘들게 하는 몇몇 상황조건과 '졸혼'







사회 전반의 동의를 얻는 보편적인 결혼관이 사라졌다. 결혼해서 지속적인 가정생활을 꾸려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모든 사람의 동의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다. 폴스터 다니엘 얀켈로비치(Pollster Daniel Yankelovich)는 『새로운 규칙 (New Rules)』이라는 저서를 통해 “결혼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이미 보편화되어 과거와는 분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고 말한다.① 이렇듯 오늘날 결혼이라는 제도가 위기에 처한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한 사람과 해로하기엔 인간의 수명이 극적으로 길어졌고 가부장제적 억압을 더 이상 디폴트값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만큼 여성 인권도 향상됐다. 그래서 본질적으로는 사랑하는 두 사람이 일평생 모든 것을 함께한다는 결혼제도의 가정 자체에 이제 의문을 제기하면서, 영원히 모든 것을 함께 해야 하는 것이 결혼이라고 생각하다 보면 오히려 결혼의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고② 경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졸혼’은 기존의 결혼관에서 변화하는 가치관이나 기대수명을 반영 함으로써 미래의 결혼관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 할 대안으로 기대 된다.


①‘평균수명’의 연장


결혼은 다른 어떤 인간관계와도 전혀 다른 독특한 기회이다. 자기 삶의 모든 부분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기회이다.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나 함께하기로 약속하며 서로의 약속을 믿고,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감히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서로의 고통을 느끼고 서로의 약한 면을 감싸 주면서 공통적인 인간성 속에서 우리는 서로와 관계를 맺는다. 결혼은 상대방의 강함에서 환희를 느끼고, 상대방의 성공으로 인해 기뻐한다. 우리는 조언자이자, 동료이며 제일 좋은 친구를 얻게 된다. 한 마디로 평생 동반자를 갖는 것이다.③

그런데 이 평생 동반자가 ‘졸혼’이라는 이름으로 생활상의 동반자에서 따로 떨어져 생활 하겠다는 것이다. 최근에 황혼 이혼을 하고 헤어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떠나지 않고 서로가 각자의 방향을 선택 하려는④ 움직임을 가리키는 말이다.

오늘날 결혼이 이렇게 흔들리는 원인을 ‘가벼운’시대 분위기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는데 있다. 결혼생활을 오래 지속하기 힘들게 하는 몇몇 상황과 조건이 더 큰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먼저, 지금처럼 평균적으로 부부가 오랜 시간동안 공동의 삶을 유지한 적이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신혼이혼보다 높은 황혼 이혼율, 그리고 졸혼과 같이 ‘결혼을 시작과 끝’이 있는 생애 어느 한 지점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평균수명’에 있다. 지난 2백년간 인류의 평균 수명은 3배나 늘었다. 18세기에는 평균수명이 겨우 30세에 불과 했다. 이를테면 1500년대 활동했던 율곡선생의 전 생애 활동기간은 49세 였다. 우리나라 재혼 평균나이가 남자가 42~43세 전후라면 40대는 이제 막 첫 번째 결혼을 마감하고 다시 제2의 인생을 꿈꾸기 위해 또다시 결혼을 준비하는 나이에 해당 된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부부들이 죽음 때문에 지금 보다 휠씬 빨리 결혼생활의 끝을 보았다. 그 시대에 해당되는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라는 결혼 서약의 의미는 지금은 결혼 생활 중에 겨우 반 정도의 시간을 함께 보냈거나 아니면 미처 절반을 채우지 못한 시점에 해당될 뿐이다.

부부문제 상담전문가로서 나는 오랫동안 많은 경험을 했다. 그러나 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것처럼 쉽게 결혼생활을 포기하고 도망치는 부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오히려 거의 모든 당사자들이 어쩔 수 없는 이별에 괴로워하고, 이혼을 결정할 때까지 걸리는 오랜 시간과 그 뒤에 따라오는 휠씬 더 긴 극복의 시간동안 내내 엄청난 고통에 시달린다. 오늘날 결혼이 흔들리는 원인을 ‘가벼운’시대 분위기에서만 찾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pixabay / by 한국전환기가정센터포럼


② 고정된 성역할 탈피 및 경제적 독립


옛날에는 경제적 생존이라는 이유 때문에 결혼관계를 깬다는 것이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혼이란, 무엇보다 경제 공동체를 형성하는 행위였다. 지금도 때로는 이 법칙이 유효하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렇게 물질적인 생존이 결혼생활의 충분조건이 되는 경우는 흔치않다. 또 옛날에는 남녀사이에 불가피한 보완을 위한 역할 분담이 무척 뚜렷했다. 외부세계와 생존투쟁은 남자가 맡았고, 가정의 유지와 정서적 보살핌은 여자 몫이었다. 하지만 이런 오랜 역할 모델은 현실에서 점차 힘을 잃고 있다. 여성들은 남성들과 대등하게 직업 사회 활동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서로에 대해서 독립성도 휠씬 더 확대되었다.


③ 가치관의 변화 혹은 약화


또 과거의 결혼은 동일한 세계관과 종교 혹은 문화 가문의 풍습으로 묶여 있었다. 결혼이란 깨질 수 없는 성스러운 결합이라는 종교 등의 가르침이 사회적 차원은 물른이고 일정 기간 동안 법적으로도 유효한 구속력을 지닌적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종교나 가문의 풍속이 개인의 삶을 그렇게 강하게 통제하지 못한다.

이처럼 과거에는 공통된 기반위에 놓인 세계관과 규범, 굳건히 고정된 성 역할, 경제적인 필요 등의 요인들이 결혼을 외부에서(그리고 내부에서도 역시) 규정하고 거의 꼼짝 못할 만큼 배우자들을 결합시키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요인들이 큰 의미가 없다.⑤


이제 백년해로라는 말은 주례사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수명이 길어지다 보니 백년해로란 인내력 테스트라고나 해야 할까 참을성의 한계를 시험해보는 일처럼 어려운 일이 됐다. 졸혼이라거나 황혼 이혼은 젊었을 때의 결별과는 사정이 좀 다른 것 같다. 상대방의 견딜 수 없는 결격사유가 있어서라기보다 일상의 매너리즘이 가져오는 피로감이거나 가구처럼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다 보니 관심과 배려가 소홀해지면서 찾아오는 감정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어느 시점에선가 부부도 관계 정립이 새로워져야 한다. 조심성 있는 점검이 필요하다. 졸혼이나 황혼 이혼의 위기가 찾아오기 이전에 관계의 구태에서 벗어나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남편도 가장이라는 책임감 이전에 낭만과 멋을 찾고 싶어 하는 한 남자라는 것을, 아내도 가족의 뒷바라지라는 의무 이전에 꿈과 사랑을 갈망하는 여자라는 것을 이해하는 따뜻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⑥





① 하워드 헨드릭스 책임편집, 부부의 결혼생활과 사랑 만들기, 파이디온 선교회(1993), p.58

② <뉴욕타임스>, 더 깊은 사랑 원하면 ‘결혼 안식년’ 가지세요, 미주한국일보, 2016-12-28

③ 卒婚したい「熟年離婚の前に専門弁護士に法律上の問題を無料相談, 卒婚したい, jodila.com, 내용 참고정리

④ 니키& 실라리, 결혼, 알파코리아 역, 서로사랑(2007), p.27

⑤ 한스 옐루셰크, 왜 사랑하기를 두려워하는가, 김시형 옮김, 교양인(2008), p.13-18, 내용 참고정리

⑥ 조성자 / 시인, [시로 읽는 삶] 선언과 대안, [뉴욕 중앙일보], 2017/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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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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